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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언어 33

고함은 왜 말보다 먼저 나오는가: 고함은 미성숙이 아니라 인간이다

— 나이와 지능을 넘어 나의 반복되는 ‘고함’에 대하여나는 나이가 적지 않다.말의 무게도, 기다림의 가치도 알고 있다.그런데도 어떤 사람을 만나면설득보다, 설명보다고함이 먼저 튀어나온다.그리고 여섯 살 손자를 본다.언어와 수학과 자동차와 역사에 통달한 아이.영어, 중국어를마치 숨 쉬듯 구사하는 아이.지능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아이.그런데 그 아이도마음에 들지 않으면 고함을 지른다.그래서 질문이 생긴다.고함은 정말 미성숙의 결과일까아니면 인간에게 원래부터 있는 어떤 것일까1. 고함은 ‘감정이 많아서’ 터지는 것이 아니다고함은 감정의 양 때문이 아니다.고함은 감정의 처리 실패에서 나온다.여기서 실패란도덕적 실패가 아니라신경계의 실패다.감정이 생겼는데말로 정리할 수 없고기다릴 여유도 없고상대가 들을 준비도 안..

소리와 언어 2025.12.13

비브라토에 관하여

쇠막대는 떨지 않지만, 줄은 떨립니다. 비브라토는자유가 있어야만 흔들릴 수 있습니다.1. 비브라토는 ‘기술’이 아니라 현상.많은 사람들이 비브라토를“목을 흔드는 것”“음을 일부러 떠는 기술”로 오해합니다.그러나 건강한 비브라토는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생겨납니다.✔ 호흡 압력이 안정되고✔ 성대가 과도하게 조이지 않으며✔ 후두 주변 근육이 균형을 이루면소리는 스스로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이 흔들림이 바로 비브라토입니다.→ 즉, 비브라토는 통제의 결과가 아니라 균형의 부산물입니다.2. 물리적으로 비브라토는 어떻게 생길까비브라토는 주로 두 가지 미세한 진동이 겹쳐 나타납니다.음높이의 미세한 진동 (Pitch modulation)평균 음높이를 중심으로초당 약 5~7회 정도±20~40 cent 이내에서 ..

소리와 언어 2025.12.13

ASMR의 과학 - 왜 작은 속삭임은 우리를 편안하게 만들까?

유튜브나 SNS에서 자주 보이는 단어, ASMR.누군가 조용히 속삭이거나, 종이를 살며시 문지르는 소리를 들으면신기하게도 몸의 긴장이 스르르 풀린다.ASMR이 정확히 어떤 뜻일까,그리고 왜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까?🌸 1. ASMR란, ASMR 뜻 🌹 ASMR란: "자율 감각 쾌락 반응"ASMR은 영어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줄임말입니다.Autonomous (어타너머스)― 스스로 일어나는Sensory (센서리) ― 감각과 관련된Meridian (머리디언)― 정점, 절정, 특별한 지점Response (리스폰스) ― 반응즉, “어떤 소리나 자극을 들었을 때 몸에서 스스로 일어나는 특별한 감각 반응”이라는 뜻.누군가 귀 가까이서 속삭이거나 부드러운 소리를 냈을 때..

소리와 언어 2025.12.09

우리 목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 후두 구조와, 성대 근육, 그리고 발성의 과학

후두의 구조와 후두 연골, 발성 근육1. 후두(喉頭) Larynx : [ˈlær.ɪŋks] (래어링크스)한자: 喉(목구멍 후) + 頭(머리 두)숨과 소리가 지나가는 목의 구조2. 발성과 직접 관련 연골주요 연골한글 및 한자 뜻영어 뜻기능역할갑상연골: Thyroid cartilage(싸이로이드 카-틸리지)甲(갑옷 갑) + 狀(형상 상) + 軟骨(연골)Thyroid cartilage ← Gk. thyreos (방패) + -oid (형태의)성대를 보호하는 방패, 후두 앞쪽성대를 감싸는 방패, 갑옷 – 남성의 ‘울대’윤상연골: Cricoid cartilage (크라이코이드 카-틸리지)輪(바퀴 윤) + 狀(형상 상) + 軟骨Cricoid cartilage ← Gk. krikos (고리) + -oid (모양의)후두..

소리와 언어 2025.05.23

[소리와 언어 29] 소리는 왜 더 크게, 더 높게 들릴까? ; 라우드니스와 피치 효과, 웨버-페히너 법칙

소리는 우리의 뇌가 해석해낸 감각입니다.우리는 흔히 “소리가 크다”, “음이 높다”라고 표현하지만, 실제로 소리의 크기(라우드니스)와 높이(피치)는 물리적인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인간의 귀와 뇌는 단순한 물리량을 비선형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다음 세 가지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라우드니스와 피치, 음량과 주파수의 관계, 웨버-페히너 법칙입니다. 1. 라우드니스(Loudness): 소리가 “크게 느껴지는” 이유물리적으로는 데시벨(dB)로 측정되지만, 같은 10dB 증가라고 해서 우리가 모두 ‘같이 크게’ 느끼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TV 소리를 10에서 20으로 올리면 두 배 이상 크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80에서 90으로 올리면 잘 모릅니다.도서관에서 속삭임(3..

소리와 언어 2025.05.20

[소리와 언어 28] 베르누이 법칙과 자기 발진 진동: 소리는 어떻게 살아 움직일까?

우리는 말하고 노래하며 감정을 전합니다. 하지만 그 목소리의 배경에는 공기의 흐름과 압력, 그리고 자연이 설계한 정교한 진동의 메커니즘이 존재합니다. 소리를 만드는 과정(목소리, 풀피리, 클라리넷, 트럼펫, 색소폰)은 이 매커니즘이 정교하게 협업한 결과입니다. 그 중심에 자리한 두 가지 과학 원리—베르누이 법칙과 자기 발진 진동(Self-sustained Oscillation)—는 우리가 숨을 내쉴 때 성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정확히 설명해 줍니다. 🌸 베르누이 법칙: “빠른 공기일수록 압력이 낮아진다”베르누이 법칙은 18세기 스위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다니엘 베르누이(Daniel Bernoulli)가 제시한 유체역학의 핵심 원리입니다.이 법칙의 핵심은 단순합니다."공기나 물처럼 흐르는 물..

소리와 언어 2025.05.17

[소리와 언어 27] 소리의 간섭(Interference)과 정재파(Standing Wave)와 진행파(Traveling Wave), 소리의 경로와 반사(Reflection), 굴절(Refraction), 회절(Diffraction)

모든 악기의 소리는 ‘진동하는 물질’(줄, 공기, 막 등) 속에서 생긴 정재파 때문입니다.그 정재파의 형태에 따라 그 악기 고유의 기본음(Fundamental)과 배음(Overtones)이 결정됩니다.즉, 정재파는 소리의 뿌리, 고유음의 형태이자 설계도입니다.서로 다른 소리가 한 공간에 존재할 때, 그 만남은 단순한 덧셈이 아니라, 때로는 폭발적인 공명으로, 때로는 완전한 침묵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소리는 직진하지만, 경계, 장애물, 다른 소리를 만나면 그 경로는 다양한 방식으로 변합니다. 이것은 물리 법칙과 깊이 연관된 음향적 원리입니다. 1. 모든 악기는 ‘진동체’를 갖고 있다모든 악기는 소리를 내기 위해 어떤 물체가 진동해야 합니다:악기진동체현악기(바이올린, 기타)현(string)관악기(플루..

소리와 언어 2025.05.03

[소리와 언어 26] 자기 발진 진동과 인간의 목소리: 물수제비처럼 떠가는 목소리 - 고음 발성과 벨칸토 발성의 비밀

1. 스스로 떨며 소리를 만든다 – 자기 발진 진동의 비밀우리가 문풍지에서 들리는 바람소리, 풀피리 소리, 또는 사람 목소리를 들을 때, 그 안에는 ‘스스로 진동하는’ 놀라운 물리 법칙이 숨어 있습니다.자기 발진 진동 (self-sustained oscillation)이란?일정한 에너지만 공급해 주면, 외부에서 강제로 리듬을 주지 않아도 시스템 내부의 피드백과 비선형 특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진동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즉, “비선형적인 시스템에서, 외부의 주기적인 자극 없이도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변환하여 주기적인 진동을 유지하는 현상”비선형 진동과 강제 진동비선형 진동 (nonlinear oscillation):선형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복잡한 피드백 구조나 마찰, 저항이 개입되는 진동.→ 자기 발진 진..

소리와 언어 2025.04.23

[소리와 언어 25] 보이지 않는 거인의 손길: 공기의 압력과 소리의 본질

🌸 보이지 않는 파도, 들리는 떨림: 압력과 소리의 과학 🌹 공기의 압력을 재는 단위공기의 압력(기압)은 다음과 같은 단위로 측정합니다: 🌼 Pascal (Pa) : 압력의 국제단위 Pa (파스칼): 국제 단위계(SI) 기본 단위.1 Pa = 1 N/m² (1제곱미터 당 1뉴턴의 힘)프랑스의 과학자 Blaise Pascal(블레즈 파스칼)의 이름에서 유래블레즈 파스칼 : 기압(공기의 압력)이 있다는 것을 수학과 실험으로 증명한 사람 : 예전 사람들은 공기엔 무게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파스칼은 "아냐, 공기도 누르고 있어!"라고 말한 사람. 🌼 Hectopascal (hPa) : 100 파스칼hPa (헥토파스칼): 날씨 예보에서 주로 사용.1 hPa = 100 Pa평균 해수면 기압은 약 1013..

소리와 언어 2025.04.21

[소리와 언어 24] 압력과 양력(Lift)과 소리의 속도: 도미노처럼 달리는 소리의 속도 이야기,압력(Pressure)

소리는 어디서 어떻게 생겨서, 왜 그렇게 빠르게 달려가는 걸까요? 🌸 소리의 속도는 얼마나 빠를까?공기 중에서, 날씨가 따뜻한 날(온도 20℃ 기준) 소리는 1초에 약 343미터를 달려갑니다.이건 100층 건물을 단 1초 만에 통과하는 속도예요.눈 깜짝할 사이에 “쿵!” 하고 들리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 소리는 왜 그 속도로만 달릴까요?소리는 그냥 혼자 가는 게 아니라, 공기, 물, 철 같은 물질(=매질)을 통해 퍼져요.비유하자면, 소리는 도미노 줄 세우기 같아요.첫 번째 도미노를 밀면,그 힘이 옆 도미노에 전달되고,다시 그 옆으로 쭉쭉 퍼져나가요.이때 소리 속도를 정하는 공식은 이래요:소리 속도 = (탄성계수 ÷ 밀도)의 루트탄성계수: 도미노가 얼마나 잘 밀어주는지밀도: 도미노가 얼마나..

소리와 언어 202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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