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언어

고함은 왜 말보다 먼저 나오는가: 고함은 미성숙이 아니라 인간이다

moodyblues 2025. 12. 1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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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와 지능을 넘어 나의 반복되는 ‘고함’에 대하여


나는 나이가 적지 않다.
말의 무게도, 기다림의 가치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을 만나면
설득보다, 설명보다
고함이 먼저 튀어나온다.

그리고 여섯 살 손자를 본다.
언어와 수학과 자동차와 역사에
통달한 아이.
영어, 중국어를
마치 숨 쉬듯 구사하는 아이.
지능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아이.
그런데 그 아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고함을 지른다.

그래서 질문이 생긴다.

고함은 정말 미성숙의 결과일까
아니면 인간에게 원래부터 있는 어떤 것일까


1. 고함은 ‘감정이 많아서’ 터지는 것이 아니다

고함은 감정의 때문이 아니다.
고함은 감정의 처리 실패에서 나온다.

여기서 실패란
도덕적 실패가 아니라
신경계의 실패다.

감정이 생겼는데

  • 말로 정리할 수 없고
  • 기다릴 여유도 없고
  • 상대가 들을 준비도 안 돼 있을 때

몸은 마지막 카드를 꺼낸다.

“크게라도 내보내자”

이때 고함이 나온다.


2. 그래서 지능과 고함은 별개의 문제다

여섯 살 손자는
언어 능력은 성인 이상이지만
감정을 다루는 신경계는 여섯 살이다.

감정이 불편해졌을 때

  • 말로 풀어낼 회로는 아직 약하고
  • 기다림은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감정이
바로 소리로 튀어나온다.

이것은 결함이 아니라
정상적인 발달 단계다.

문제는
어른이 되었을 때도
같은 회로를 쓰게 되는 순간이다.


3. 어른의 고함은 ‘아이의 고함’과 다르다

아이의 고함이

“지금 불편해!”
라는 신호라면,

어른의 고함은

“나는 더 이상 이 관계를 감당할 수 없다”
라는 신호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 앞에서
고함이 먼저 나오는 이유는
분노가 커서가 아니다.

그 사람과의 대화가
이미 실패했다고 몸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머리는 아직
“한 번 더 말해보자”라고 말하지만
몸은 이미
“이건 대화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린 상태다.

그래서 고함이 나온다.


4. 고함은 설득의 도구가 아니라 ‘종결 선언’이다

고함에는
상대를 이해시키겠다는 의도가 거의 없다.

고함의 본질은 이것이다.

“여기까지다”
“이 선은 넘지 말아라”

그래서 고함 이후에는
대화가 진전되기보다는
관계가 굳어지거나 멀어진다.

고함은
대화의 시작이 아니라
대화의 끝이다.


5. 그래서 고함은 나이를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지식이 늘어도
경험이 쌓여도
고함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함은
학습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 장치이기 때문이다.

말이 실패하면
소리가 앞선다.
소리가 실패하면
몸이 앞선다.

고함은
그 경계선에 서 있다.


6. 음악적으로 보면, 고함은 ‘말 이전의 소리’다

노래는
감정을 구조화한 것이다.

그러나 고함은
감정이 구조를 거부한 순간이다.

그래서 고함은
음정도
박도
조성도
가지지 않는다.

음악적으로 고함은

감정의 원형
음악 이전의 소리다.

그래서 우리는
그 소리를 불편해하면서도
거짓이라고 느끼지는 않는다.


7. 음악사에서 고함이 쓰이는 순간

고함은 언제나
극단의 순간에 등장한다.

  • 오페라의 절규
  • 블루스와 소울의 크라이
  • 록의 스크림
  • 플라멩코의 께히요(Quejío)
  • 동양 음악의 통곡

공통점은 분명하다.

말과 노래가 감당하지 못할 때
소리가 음악을 밀어낸다

그래서 고함은
아름답지 않을 수 있지만
진짜처럼 들린다.


8. 신경계와 음악이 만나는 지점

신경계적으로
고함은 ‘위협 신호’다.

음악적으로
고함은 ‘감정의 원형’이다.

그래서 고함은

  • 듣는 이를 편안하게 하지 않지만
  • 깊게 각인시킨다

고함이 들어간 음악에서
사람들은 멜로디보다
그 순간을 기억한다.

“거기서 감정이 터졌다”


9. ASMR과 고함의 완벽한 대칭

이 두 소리는
서로 정반대에 있다.

  • ASMR
    → 작은 소리
    → 접근 신호
    → 안전한 신경계
    → 안으로 스며드는 음악
  • 고함
    → 큰 소리
    → 거리 신호
    → 각성된 신경계
    → 밖으로 밀어내는 음악

그러나 둘 다
신경계의 언어이며
음악이 감정을 다루는
양극단의 방식이다.


10. 그렇다면 고함은 나쁜 것인가

고함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고함이 유일한 표현 수단이 될 때다.

아이에게 고함이 반복되면

  1. 말 대신 소리를 배우고

어른에게 고함이 반복되면

  1. 대화 대신 단절을 배운다.

고함은
한 번은 인간적이지만
습관이 되면
관계를 갉아먹을 수 있다.


11. 정리

사람이 고함을 지르는 이유는
신경계가 싸움의 모드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며,
음악적으로 고함은
감정이 음계를 이긴 순간이다.

그래서 고함은
소음이 아니라
인간이 가장 인간적으로 드러나는 소리다.

아이의 고함
어른의 고함
음악적 고함
같은 소리를 낸다.

고함은
미성숙의 증거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증거다.

고함은 왜 말보다 먼저 나오는가: 고함은 미성숙이 아니라 인간이다
고함은 왜 말보다 먼저 나오는가: 고함은 미성숙이 아니라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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